오늘 저녁, 냉장고를 열었더니 딱히 거창한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라면과 만두가 눈에 들어왔어요. 원래는 라면만 끓여 먹을 생각이었지만, 문득 '라면에 만두를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번뜩 떠오르더라고요. 입에 군침이 살짝 도는 걸 보니 마음이 이미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죠.
우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어요. 라면 끓일 때마다 묘한 설렘이 있어요.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면을 넣고, 면이 물에 잠길 때 뭔가 신기한 기대감 같은 게 올라오잖아요. 한참을 끓이다가 면이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드디어 만두 투하! 냉동 만두를 그대로 넣었는데, 얼음처럼 딱딱했던 만두가 점점 풀리면서 라면 국물에 스며드는 모습이 어찌나 근사하던지요. 맛이 어떨까 궁금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요리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들떴어요.
얼마 안 가서 만두에서 피가 흐물흐물해지면서 라면 국물이 묵직해지기 시작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국물이 훨씬 진해지고 고소해진 것 같았어요. 면도 불지 않게 딱 좋은 타이밍에 불을 끄고, 그릇에 조심스레 옮겼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보고 있으니, ‘이건 진짜 미니 한 상 차림이네’ 싶더라고요. 한 젓가락 들고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먹어보니, 와... 진짜 이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라면의 매콤한 국물과 만두에서 나온 고기의 감칠맛이 어우러져서 평소 먹던 라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났어요. 만두 속 육즙이 국물에 녹아들어서 그야말로 따로 국밥이 필요 없는 한 그릇이 된 느낌이랄까요?
만두가 라면 국물을 머금으면서도 속은 그대로 촉촉하게 익어 있었어요. 잘 익은 만두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속에서 흘러나오는 육즙과 아삭하게 씹히는 재료들이 정말 예술이었어요. 그리고 그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이 뒤따르니 이 조합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정말 놀랐어요. 나름 대단한 요리사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혼자서라도 맛있는 걸 만들어 먹으니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더라고요.
결국 그릇을 싹 비우고 나니, 배는 부르고 기분은 더 좋고. 가끔 라면 하나 끓여 먹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렇게 간단한 재료 하나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뭐, 오늘의 교훈은 이거겠죠. 일상 속에서 색다른 시도를 조금만 더해도 훨씬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모험을 즐기면서, 나만의 레시피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아요.